1948년 첫 국회 본회의, 이승만 "기도합시다"

제1회 국회 본회의 회의록/자료=국회회의록 사이트

단기4281년 5월 31일 월요일 상오(오전) 10시. 대한민국 국회의 역사적인 첫 본회의가 개회하는 순간이었다. 국회는 1948년 5월31일 제1회 본회의를 시작으로 3일 제364회 본회의까지 70년이 넘는 시간동안 국정을 살펴왔다.

`정치혐오의 본산지`인 동시에 `최고의 대의기관`이란 상반된 이름을 가진 국회. 70년 본회의 회의록을 통해 굵직한 한국현대사에 국회가 남긴 흔적들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돌아본다. 해당 자료들은 `국회회의록`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승만 제헌국회 임시의장 "기도합시다"

우리 법체계의 근간이 되는 헌법도 만들어지기 전인 1948년 5월.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제헌국회 임시의장에 선임된다. 회의진행은 5월10일 남한만의 총선거를 진행한 국회선거위원회의 노진설 위원장이 맡았다. 

당시 `박사`라는 호칭으로도 불린 그의 첫 일성은 "하나님께 기도하자"였다. 이 의장은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종교·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날(오늘의 옛말)을 당해 가지고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자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자"며 목사이자 제헌의원이었던 이윤영 의원에게 기도를 요청한다. 이에 제헌의원 일동이 기립해 기도를 시작했다.

이 의원은 "남북이 둘로 갈리여진 이 민족이 고통과 수치를 심원해주시고 우리 동포가 손을 같이 잡고 노래 부르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며 "역사의 첫걸음을 걷는 오날의 우리의 환희와 민족적 기쁨을 하나님에게 영광과 감사를 올린다"고 말했다.

◇회의 마지막은 "대한민국 만세" 삼창

첫 회의를 기도로 시작한 국회는 제헌국회 폐회식부터 만세삼창으로 회의를 마쳤다. 다수의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부통령 또는 부의장의 선창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만세"라고 삼창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금은 국회 본회의에서 사라진 `애국가봉창`·`국기에향하야경례`·`순국선열에대한묵념` 같은 절차들도 회의 순서 앞에 자리했다. 이 때 생긴 전통으로 지금도 국가행사나 정당행사 앞엔 애국가제창과 순국선열에대한묵념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선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국회 의사국, 옛 회의록 한글화 작업…2020년 말까지 목표

이처럼 70년 전 본회의를 인터넷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건 국회사무처 의정기록과의 노력 덕분이다. 단순 스캔본으로 이미지로 보관된 자료들을 한글로 텍스트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의정기록과는 제헌국회부터 15대 국회 중반부인 1999년 12월까지 총 8만면에 달하는 이미지를 하나하나 한글로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573면에 대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작년말 기준 총 5만4000면의 한글화 작업이 마무리됐다. 2020년까지 나머지 2만6000면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회 의정기록과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옛 회의록이) 한자로 된 이미지로 보관돼 있다보니 검색도 안되고 요즘 세대는 한문도 잘 모른다"며 "(국민의) 검색편의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 차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년에 본회의 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상임위 회의록 80만면에 대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한글화)기술이 좋아지고 예산도 늘어나면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