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서술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는 서술가 관점에 따라, 그리고 시대 상황에 따라, 달리 기술되기 마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충신이었으나 때가 바뀌어 역적으로 몰리는 사례는 수없이 많으나 유독 우리 피부에 와 닿은 인물은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일 테다. 더구나 그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시대를 여는 초대 통수권자였기에 자칫 잘못된 평가가 그 이후의 인물 평가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를 포함한 후대의 역사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체로 인물 평가는 기준을 세워 있는 그대로 과오를 나누고 진행해야 한다. 만약 어떤 목적에 따라 필요한 사안만을 취하거나 혹은 자신의 해석이 과하다면 그것은 올바른 인물 평가라 하기 힘들다. 어떤 목적도 그리고 주관에 근거한 가치 판단도 배제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점을 배워야 하고 어떤 점이 한계인지 알 뿐더러 이로써 사람다운 이해 역시 가능하다. 

이승만에 대해 제기된 부정 평가를 시기 순으로 나열하면 하와이에서 독립자금 횡령, 건국한 뒤 친일세력 수용, 김구 암살 의혹, 한국전쟁 당시 한강다리 폭파, 그리고 3·15 부정선거 정도다.

이 중 독립자금 횡령과 김구 암살 의혹은 아직 이렇다 할 증거가 없고 확실하지도 않다. 한강다리 폭파는 진격전으로 질주하는 북한군을 멈추게 하려고 어느 정도 피난민의 희생을 감수하고 다리를 끊을 도리밖에 없었다고 이해할 여지도 있다. 물론 국가 통수권자가 포로가 되기 전 자리를 피하는 일은 기본 상식이다. 

3·15 부정선거는 자신의 선거가 아닌 당시 부통령 부정선거에 희생이 됐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뿐 아니라 85세의 고령이었던 그는 책임자로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과오라고 하던 일도 돌아보면 크게 지탄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반면 이승만이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미국 유학파 지식인으로서 미국 정치무대에서 독립운동을 한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상하이임시정부 일원들에게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 그 후 4·3사건과 여순사건을 극복하고 초대 대통령에 올라 건국하게 된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UN 참전과 한미 동맹을 이끌어 낸 점은 그의 공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38선 이북으로 한국군 단독 북진 감행, 그리고 거제도 반공포로 석방도 그의 국가관과 통일관을 엿볼 만한 대목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유일하게 외교를 이해한 인물로 반공을 기치로 건국을 이끌고 나라를 세웠다.

사실 그에 대한 평가 왜곡은 상하이임시정부 시절부터 시작한다. 미국에서 수학한 그로서는 상하이임시정부를 장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선 독립운동 방식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후 김구와 정치 라이벌로서 대통령 투표를 놓고 김구의 찬탁통치와 이승만의 반탁통치로 나뉘게 되면서 극에 이른다. 당시 국가가 돼야 국제법상 침략에 대해 UN의 보호를 받았다. 이런 이유로 이승만과 김구는 반탁, 즉 투표를 거쳐 건국을 주장했지만 김구는 신탁으로 갑자기 돌아서게 된다. 이후 5·16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로서는 쿠데타의 정당성을 얻으려면 전 정권, 즉 이승만을 지우고 대척점에 섰던 김구를 내세울 도리밖에 없었다.

더욱이 정치 반대 세력, 즉 좌익들과 그동안 소외됐던 다른 세력들에게 심하게 평가절하됨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후 정권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문민정권을 거쳐 현재에 이른다.

그래서 이승만에 대한 부정 평가가 사실로서 교과서에 실리고 결국 우리 머릿속 깊이 뿌리내리게 됐다. 그러나 최근 이승만을 다시 조명하려는 노력이 차츰 나타난다. 이승만 공적을 다룬 책이 서점에 등장하고, 그동안 분칠(粉漆)했던 고종과 민비, 그리고 대원군에 대한 평가 작업도 다시 시작한다는 사실은 올바른 역사 서술을 위해 매우 용기를 북돋우는 일이다.

국부(國父)는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한다. 예컨대 미국 토마스 제퍼슨, 베트남 호찌민, 싱가포르 리관유 수상을 비롯해 국민들한테 존경을 받은 국부는 무수하게 많을 뿐더러 이념이 다른 공산주의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들이 추구한 건국 이념과 열정, 용기와 올바른 판단을 기리기 위함이다. 그래서 우리도 이런저런 이유로 내동댕이쳐졌던 그의 명예를 되살려 회복해야만 한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만큼 성숙한 역사관을 가질 때다. 있는 그대로 역사를 서술하고 인물을 평가해야 올바로 역사를 인식하게 되고 역사에서 배우게 된다. 올바른 역사 서술은 인물의 올바른 기술에서 비롯한다.

출처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http://www.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