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은 조국의 독립과 신국가 건설을 위해 분투했다. 이들은 다양한 정치노선에 따라 열강과 연대하여 활동했다. 이 중에서 이승만은 미국의 정부와 여론 주도층 및 국제회의나 국제기구를 상대로 외교독립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이승만은 한국의 독립에 큰 공헌을 하였으며, 여러 독립운동가들을 제치고 대한민국을 건국하는 위업을 이루었다. 이는 이승만의 외교독립노선이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 가장 현실성 있는 독립노선 중 하나였음을 잘 보여준다.

1918년 11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듬해 1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평화회의가 열렸다. 이때 국내외 한국민은 파리평화회의에 독립청원을 하려 하였다. 이승만도 파리행 여권을 얻으려 하였으나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이승만은 그 유명한 위임통치청원서를 윌슨 미국 대통령과 파리강화회의 의장에게 보냈다. 이 청원서의 요지는 “장래 한국의 완전 독립을 보장한다는 분명한 전제하에 한국을 미국의 위임통치 아래에 두어달라”는 것이었다.

이승만의 위임통치청원에 대해 혁명론자인 신채호 등 반이승만파는 이승만을 극악한 매국노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승만의 위임통치청원은 매국활동이 아니라 온건성향의 합리적인 독립운동가들이 공유한 독립방안의 하나였다. 이승만은 즉각적인 무장독립이 어려운 현실여건을 감안, 미국의 위임통치 아래에서 착실히 실력을 쌓아 미일전쟁과 같은 국제적 대사건이 일어나면 독립을 달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이승만의 위임통치청원은 차선의 독립운동방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념할 사실은 안창호 등 국민회 인사들이 이승만의 위임통치청원서 제출을 적극 찬동했으며, 파리에서 활동 중이던 김규식도 이승만과 비슷한 위임통치청원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1919년 3.1운동 이후 이승만은 한국민의 여망을 등에 업고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통령에 올랐다. 이는 독립운동에 대한 경력, 미국 명문대 박사라는 명성, 기독교계의 전폭적 신뢰, 기호계 독립운동가들의 지지 등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후 이승만은 각국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독립정부의 수립을 알리며 적극적인 외교독립운동에 돌입했다. 당시 이승만의 목표는 미국정부와 국제회의를 상대로 임시정부를 독립된 정부로 승인받는 것이었다.

1919년 8월 이승만은 미국 워싱턴에 구미위원부를 설립했다. 이는 세계 외교의 중심지인 미국 수도에서 한국 독립을 위한 외교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이었다. 이승만은 김규식을 구미위원부 위원장으로 삼아 미국의 정부와 언론계를 상대로 한국의 독립과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임시정부 대통령 자격으로 미국 각지를 돌며 독립강연을 하였다. 나아가 1921년 연말부터 여러 차례 워싱턴군축회의에 독립청원서를 제출하여 한국의 독립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던 미국정부는 이승만의 청원을 받아들이지않았다. 1932년 11월 이승만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전권대사 자격으로 국제연맹 회의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로 갔다. 거기서 그는 중국대표단과 미국 인사들을 만나 임시정부의 승인문제를 논의하고, 각국의 외교관과 언론인들에게 한국 독립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때 그는 동양평화의 선결조건으로서 한국 독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러한 개인외교는 1933년 2월 24일 국제연맹 본회의에서 일본의 만주침략을 규탄한 리튼보고서가 채택되고, 이어서 일본이 국제연맹을 탈퇴하게 되는데 일정하게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국제연맹 탈퇴 후, 이승만은 미.중.한 3국이 소련과 합세하여 일본의 대륙팽창을 응징하자는 복안을 국제연맹 미국 옵서버와 중국 대표단장에게 제시하여 찬동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구상을 몸소 실현하기 위해 소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본의 부탁을 받은 소련 외무성의 퇴거 조치로 소련을 물러나와야만 했다.

이때 그는 소련 인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목격하고 반공사상을 굳게 다지게 되었다. 1939년 8월 이승만은 거주지인 하와이를 떠나 워싱턴으로 이주했다. 이때부터 해방 전까지 Japan Inside Out (일본내막기)를 저술하여 일본의 침략정책을 고발했고, 미국정부를 상대로 수시로 임시정부 승인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하고, 미국의 언론과 명망가들에게 한국 독립을 호소하고, 미국내 언론인과 종교인들로 친한단체를 조직하여 한국독립 지지를 요청하게 하고, 미국 군부 인사들과 중국내 한인 항일게릴라 조직문제를 협의하고, 미국의 소리 초단파 방송을 통해 고국의 동포들에게 대일항전을 촉구하는 방송을 하였다.

이때 이승만은 미국정부가임정을 승인하지 않으면 전후 한반도에 친소공산정권이 들어설 것이라고 미국 조야에 경고했다. 이러한 경고는 38선 이북 지역을 소련이 점령하여 괴뢰정부를수립함으로써 입증되었다.

이승만은 미국에서 25년간 온갖 냉대를 받아가며 외교독립운동을 벌였다. 그의 노력은 열강이 한국 독립문제를 최초로 언급한 카이로선언(1943.12.1)이 나오는데 크게 기여했다. 1943년 11월 27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의 루스벨트, 영국의 처칠, 중국의 장개석 등 연합국 지도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일본에 대한 군사행동을 결의하고, 전쟁 후 일본이 점령한 지역의 처리문제를 논의했다. 이때 그들은 “한국민이 노예상태에 있음을 유념하여 장래 적절한 때에 한국에 자유와 독립을 줄 것을 결의한다”고 선언했다.

이 내용이 포츠담선언(1945.7.26)에서 다시 확인됨으로써 이제 한국의 독립문제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카이로선언의 한국 독립문제는 김구.조소앙 등 임시정부 요인들의 요청을 받은 장개석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를 적극 수락함 으로써 가능케 되었다.

그런데 미국은 “독립능력을 갖춘 나라에 대해서만 독립을 승인해 준다”는 건국 이래의 신국가 승인원칙을 고수하던 나라였다. 그러한 미국정부가 장개석 총통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것은 불철주야 미국의 정부와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한국의 독립을 청원한 이승만의 헌신과 열정 덕분이었다. 요컨대 이승만은 한국 독립의 문을 열어젖힌 카이로선언이 나오는데 일익을 담당한 셈이다.

출처. 자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