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출범 후 이승만 대통령은 국가안보 보장정책을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 그는 체제유지를 위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 미국에 의존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로써 한국은 약소국으로서 미국의 이익을 주축으로 하는 자유진영에 편입되었다. 미국의 지원하에 안보를 보장받는 친미정책을 취한 것은 한국의 성공신화를 쌓는 출발점이었다.
취임 직후부터 이승만 대통령은 북한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미군의 계속 주둔을 바라는 안보외교를 펼쳤다. 그러나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과소평가한 미국은 1946년 6월 군사고문단만을 남기고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조병옥 특사와 장면 주미대사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방위공약과 군사원조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1950년 1월 미국의 극동방위선에 한국이 배제된 애치슨 국무장관의 선언이 나왔다. 이는 이승만 대통령의 안보외교를 미국이 무시했음을 뜻하는 것이며, 미국의 대한정책 내지 동아시아정책의 오판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이 공산세력을 막아내려는 이 대통령의 안보외교를 묵살한 결과는 6.25전쟁으로 이어졌다.
6.25전쟁 발발 후 미군의 즉각 개입을 실현시킨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빛나는 안보외교 성과이다. 전쟁 직후 이 대통령은 트루먼 대통령, 맥아더 장군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트루먼은 공산군의 한국침략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표명하는 선언서를 발표했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한민국에 대한 군사지원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발전시킨 이승만 대통령의 갖가지 외교 업적 중에서 백미에 속하는 것은 역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이는 미국이 한국을 정부로 승인한 직후부터 한국의 거듭된 요청을 미국이 마지못해 들어준 것이다. 나아가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이래 어느 나라와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일이 없다”라며 이 대통령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던 미국을 안보외교로 굴복시킨 것이다.
1949년 5월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계획을 발표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과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그는 1952년 3월 트루먼 대통령에게 한미간 상호방위조약 체결만이 한국민에게 휴전을 납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며, 만약 미국이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한국이 단독으로 북진 통일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1953년 2월 6.25전쟁의 조기 종전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취임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과 장성들에게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다시 제의했다. 미국은 이 대통령이 미국의 휴전방침을 방해할까 염려했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를 느슨하게 보장해주는 정도의 조약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며 미일안보조약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고강조했다.
1953년 6월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 사령관의 동의 없이 반공포로 2만 7,000명을 석방했다. 미국은 이미 만들어 놓은 이승만 축출 비상상비계획(Plan Everready)을 실행에 옮기려 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이내 방침을 바꾸어 대통령 특사를 한국으로 파견하여 한국과 방위조약협상을 벌이도록 하였다. 그 결과 1953년 10월 1일 워싱턴DC에서 한국의 변영태 외무장관과 미국의 델레스 국무장관 사이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제2조와 제3조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 할 경우 양측은 협의를 거친 후 각자의 ‘헌법상 절차를 거쳐’ 군사행동을 취한다고 함으로써 미군의 자동개입이 유보되어 있다. 그러나 제4조에는 “상호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이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하여 주한미군의 한국주둔과 전쟁 발발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고 있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체결로 한국은 공산세력의 재침략 위험에서 벗어나 체제의 유지와 발전을 도모할 기반을 마련했다. 이 조약이 가조인된 다음날 이승만 대통령은 “이제 한미방위조약이 체결되었음으로 우리의 후손들은 앞으로 누대에 걸쳐 이 조약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혜택을 누릴 것이다”고 하였다. 대한민국 역사의 전개는 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사실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1954년 4월 이승만 대통령의 지도하에 한국 외교관들은 제네바 정치회담에 참여했다. 이때 북한은 전한국위원회가 선거를 주관하고, 남북한은 인구비례에 상관없이 1:1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은 남한에는 유엔이 승인한 자유총선거에 의해 탄생한 정부가 있으므로 북한에서만 유엔 감시하에 자유총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하였다. 북한측이 자유총선거를 끝내 반대했기 때문에 마지막 남북통일 논의는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중국, 필리핀, 베트남의 국가원수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태평양동맹을 통한 아시아집단안보체제의 결성을 모색하고, 1954년에는 아시아 민족반공연맹을 결성하는 등 이 지역의 반공 반일 전선의 구축에 앞장섰다.
1954년 7월 이승만 대통령은 국빈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하여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미국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뉴욕 시가에서 카퍼레이드를 하였다. 이로써 반공대통령으로서 명성을 높였다. 이승만 대통령 집권기에 대한민국 외무부는 미국과 자유중국 등 8개국 도시에 총영사관을 설치하는 등 도합 17개의 재외공관을 설치했다. 이는 그때까지 최대폭의 외교망을 구축한 것이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외교정책의 최종목표는 체제의 유지이다. 이를 위한 안보의 확보는 이제 막 출범한 신생국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이익이 교차하는 동서 냉전의 최전선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
출처. 자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