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뉴욕시 카퍼레이드 펼치는 이승만 전 대통령(붉은 괄호)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장면은 지금도 한국 현대사에 선명히 남아 있다. 뉴욕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카퍼레이드. 성조기와 태극기가 함께 펄럭였고, 시민들은 길가에서 손을 흔들며 한국 대통령을 환영했다.

자유 진영의 최전선에서 공산주의와 싸운 동맹국 지도자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표시였다. 미국 사회가 한국의 리더를 어떻게 대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70여 년이 지난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워싱턴을 향한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 대통령의 첫 방미를 앞두고 미국 보수 진영은 “극단적 반미주의자”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고든 창의 ‘더 힐’ 기고를 시작으로 트럼프 측근 칼라 샌즈까지 “한국 국민을 상대로 가장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영은커녕, 의전 격도 ‘실무 방문’으로 낮아졌다. 환호하는 군중 대신, 경계와 불신의 시선이 워싱턴에 짙게 드리워진다.


이승만과 이재명, 두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비교하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이승만은 반공 자유 진영의 기수로서 미국의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그는 워싱턴과의 동맹을 국가 생존의 절대 조건으로 삼았고, 그 신념은 길가에 선 미국 시민들의 환호로 보상받았다.

반면 이 대통령은 집권 전후로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 부르고, 동맹을 소홀히 여겼다는 의심을 받으며 워싱턴을 찾는다. 보수 언론과 정치권은 그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규정하고, 동맹은 의문부호와 함께 시험대에 오른다.

물론 시대는 바뀌었다. 한국은 더 이상 원조를 받던 빈곤국이 아니며, 동맹 관계도 단순한 ‘보호와 피보호’ 구도에서 벗어나 상호 이해와 협상의 차원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미국 내 여론과 정치권의 시선이 여전히 한국 대통령의 위상을 규정한다. 이승만이 뉴욕에서 받은 뜨거운 박수와 이재명이 워싱턴에서 맞이할 싸늘한 시선은 바로 이 차이를 보여준다.

정상외교는 의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지도자가 자국의 정체성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떤 가치를 동맹국과 공유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이승만은 자유 진영의 지도자라는 자부심을 내세웠고, 미국은 그 자부심에 환대로 답했다. 그렇다면 이재명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가. 환대가 아닌 불신으로 시작된 그의 외교 무대가 앞으로 한미동맹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울지 우려가 앞선다.

1954년 뉴욕의 카퍼레이드는 ‘환영받는 대통령’을, 2025년 워싱턴의 냉랭한 기류는 ‘검증받는 대통령’을 상징한다. 이 대통령이 신뢰를 쌓아낸다면 미국 역시 동맹 대통령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할 것이다. 그의 진정한 대미관(對美觀), 그리고 한미동맹을 향한 진심이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출처 : JBC뉴스(http://www.jbck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