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 프리덤 파이터’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 한상준)로부터 독립영화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심사 기준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특히 세월호·촛불 시위 등 특정 진영의 관점을 담은 작품에는 무리 없이 ‘독립영화’ 인정을 내주면서, 우파 서사를 다룬 영화에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불인정을 통보해 사실상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국전쟁2’는 제주4·3 사건을 중심으로 해방 전후사의 이면을 추적한 작품으로, 김덕영 감독이 전작 ‘건국전쟁’에 이어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지난달 10일 개봉 이후 현재까지 5만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안착했지만, 영진위는 지난달 19일 독립·예술영화 인정 소위원회 심사에서 불인정을 결정했다.

영진위는 “특정 관점의 강조에 치우친 편향된 표현 방식”과 “완성도가 아쉽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2일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영진위 심사위원 다수는 “위험하다”는 모호한 판단을 근거로 불인정을 주장했다. 

한 위원은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포장해 위험하다”는 이유를 들었고, 또 다른 위원은 “10~30대가 비판적 수용을 하지 못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는 영화의 심사 기준이 아니라 관객의 판단 능력에 대한 선입견을 전제한 셈이다.

문제는 같은 기준이 다른 작품들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과 ‘부정선거’ 의혹을 연결지은 다큐 ‘더 플랜’(김어준 제작)은 객관적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독립영화 인정을 받았다. 

또한 ‘노무현입니다’, ‘문재인입니다’ 등 특정 정치인의 공(功)만 강조한 작품들도 무리 없이 독립영화로 인정됐다. 

그러나 ‘건국전쟁2’는 “공을 지나치게 부각한다”는 이유로 불인정됐다. 같은 ‘편향성’을 두고 정반대의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김덕영 감독은 “2년간 미국 국립기록문서보관청에서 발굴한 기록문서와 영상 자료를 토대로 제작한 영화가 어떻게 편향일 수 있느냐”며 반발했다. 그는 “세월호, 촛불 시위를 다룬 수많은 작품에 균형 감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정치적 흑막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직격했다.

독립영화 인정 여부는 단순한 명패 문제가 아니다. IPTV·OTT 등 부가 판권 유통과 직결되기 때문에 관객이 영화를 접할 기회 자체가 달라진다. 실제로 ‘건국전쟁2’는 상영관이 30곳에 불과하며, 독립영화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오는 16일 이후 안방 플랫폼 공급이 차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사상 검증에 따른 영화 검열”이라고 비판한다. 안태근 전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은 “감독의 시각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국민이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검열”이라며 “아직도 이런 결정이 내려진다는 사실 자체가 영화계의 편향성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영화계의 이같은 이중잣대가 계속된다면, 독립영화의 본질인 다양성과 창작 자유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영화 ‘건국전쟁2’는 지난해 관객 100만명을 동원했던 ‘건국전쟁’의 후속작이다. 1편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담았다면, 2편은 조선공산당 지도자 박헌영을 중심으로 공산주의자들의 행적에 집중한다.

부산=도남선 기자 aegook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