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보수적 가치 잃고 막다른 골목 끝 극단에서 헤매는 중

[최보식의언론=박상현 기자]


월간조선 기자 출신 이동욱씨가 책 `보수나 진보들도 몰랐던 건국 대통령의 삶과 죽음`(기파랑 출판사)을 냈다. 

필자가 2015년 하와이 현지 취재를 통해 작성했던 ‘우리의 건국대통령은 이렇게 죽어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토대로 재구성한 책이다. 


이 책은 3.15 부정선거로 대통령에서 스스로 하야한 뒤 하와이에 잠깐 쉬러 갔다가 결국 다시는 살아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늙고 병든 인간 이승만의 쓸쓸했던 말년을 다루고 있다. 그런 뒷모습이 오히려 한창 시절 독립운동가이자 건국 대통령으로서 이승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먼저 읽어본 손병두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이사장은 "1960년 4·19 때 저는 대학교 1학년생이었습니다.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기 위해 경무대 앞까지 갔던 사람입니다"라며 추천사를 썼다.

손 이사장은 추천사에서 "보수 진영은 자유민주주의의 보수적 가치를 잃고 막다른 골목 끝 극단에서 헤매는 중이고, 정치적 어부지리를 얻은 진보 진영은 자신들이 마치 자유민주주의의의 헌법을 수호해 온 세력인 양 마냥 기고만장하는 중"이라며 현 시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전경련 부회장, 서강대총장, KBS이사장,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사장, 호암재단이사장, 한국학중앙연구원이사장 등을 지냈다.  아래는 손병두 이사장의 글 전문이다.(편집자)

1960년 4·19 때 저는 대학교 1학년생이었습니다.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기 위해 경무대 앞까지 갔던 사람입니다. 그날 이후 이승만은 저의 머릿속에서 지워졌습니다. 그사이 반(反)대한민국 세력은 이승만을 온갖 거짓말과 왜곡으로 ‘독재자’요, ‘친일파와 매국노의 아버지’라는 굴레를 씌워 유폐시켜 버렸습니다. 

그러나 제가 나이 들고 철이 들면서 ‘이승만이 없었으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분께 무척 죄송했습니다. 속죄의 마음으로 이승만대통령기념관을 건립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21년 8월 15일 인보길, 신철식, 유석춘 등과 함께 추진단을 꾸리고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사이버 공간에서 「이승만 건국대통령 VR기념관」을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박범진 의원이 이승만 대통령을 어떻게 현양(顯揚)하면 좋겠느냐고 해서 먼저 4·19 주동세력이 이승만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화해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습니다. 

박 의원이 당시 주동자 중의 한 분인 이영일 의원과 상의하겠다고 하여 2023년 3월 26일 4·19 주동세력 100여 분이 이승만 대통령 묘역에 모여서 참배 화해하였습니다. 그 뒤 4월 19일에 양자인 이인수 박사가 4·19 묘소를 방문하여 사과의 성명을 발표하고 화해의 화답을 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축추진위원장을 맡아 기념관 건축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이동욱 기자가 ‘보수나 진보들도 몰랐던 건국 대통령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그분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자괴감으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저려왔습니다. 다시 한 번 그분께 송구한 마음이 사무쳐서 회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던 것입니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대개는 잘 모르는 우리의 건국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진면목이 담겨 있습니다. 결국 이 책은 이동욱 기자가 취재를 통해 복원한 ‘건국 대통령에 관한 감동과 눈물의 보고서’인 셈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비상 계엄 – 대통령 탄핵 – 대통령 선거 – 정권교체’라는 국가 규모의 권력 이동을 피 흘리는 사람 하나 없이 법적 프로세스를 통해 처리하는 중입니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참으로 감격스러운 장면이기도 합니다. 저같이 자유민주주의를 이 땅에 심은 건국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정신을 선양(宣揚)해 온 사람으로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보수와 진보 진영 간에는, 사뭇 우려도 됩니다. 보수 진영은 자유민주주의의 보수적 가치를 잃고 막다른 골목 끝 극단에서 헤매는 중이고, 정치적 어부지리를 얻은 진보 진영은 자신들이 마치 자유민주주의의의 헌법을 수호해 온 세력인 양 마냥 기고만장하는 중입니다. 이로 인한 혼돈과 혼란, 갈등으로 인한 분열의 치유방법은 차분한 역사적 복기(復棋)에 있습니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집필된 이 얇은 한 권의 책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권력의 갑옷을 벗은 늙고 병든 인간 이승만의 말년’을 묵묵히 정리함으로써 오히려 독립운동가이자 건국 대통령으로서 이승만 박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역설적으로 웅변하고 있습니다. 얇지만 읽고 나면 우리가 놓친 것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우리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게 하고, 좌절 끝에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참으로 묵직한 책입니다. 동시에 보수와 진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어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출발에 참고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읽어 본 이 책의 주요 부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두에 이 땅의 보수와 진보들에게 쓰여진 ‘계엄의 밤’과 관련된 글은 한국 현대사를 재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이동욱 기자는 ‘보수가 병들면 극우가 설치고, 진보가 병들면 극좌가 발흥한다’는 우리의 현대사적 경험을 상기시킵니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이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대한민국의 양 날개가 되기를 원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참으로 신선하며 납득할 만할 겁니다.


본론의 제1장 보수와 진보 – 두 진영의 기원은 요즘 세대들에게는 생소한, 그러나 엄연한 한국 정당사(政黨史)의 ‘팩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당인 자유당(自由黨)은 정치투쟁의 경험이 전혀 없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정당’이었고, 야당인 한국민주당(韓國民主黨)은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反독재·反이승만 노선을 걷기 시작한 최초의 정당’임을 밝혀 민주화 운동의 기원을 알게 해 줍니다. 양 진영 모두 안타까울 정도의 부족함으로 점철되어 있었지만, 그분들 모두가 사실은 대한민국을 세우신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 이셨습니다. 당시 우리의, 모자라지만 그것이 최선이었던, 모습 그대로였던 겁니다. 

제2장 하와이 요양이 망명으로 바뀐 까닭에서는 필자가 기자답게 1960년 5월29일자 경향신문의 이승만 망명 특종 보도를 한 윤양중(尹亮重·2018년 작고) 기자를 2013년 2월 초에 찾아가 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오보(誤報)가 역사가 되고, 우리는 한동안 거짓을 사실로 믿고 살아온 셈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잘못 쓰여진 역사를 바로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3장부터 7장까지는 이승만 박사 부부가 보름 정도 요양차 하와이로 떠났지만, 정작 고국에서는 망명도주한 파렴치한으로 몰린 채 끝내 귀국하지 못하고 이역만리 고도 하와이에서 숨을 거두게 된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필자 이동욱 기자는 1995년에 처음 취재한 글을 월간조선에 게재했고, 30년 뒤인 2025년에 이렇게 책으로 출간합니다. 그 사이에 많은 부분들이 업데이트가 되었고, 특히 2015년에는 하와이로 날아가 현지에서 체감한 진솔한 소감들이 이 책 곳곳에 녹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깊은 울림과 감동에 예민한 분들은 손수건을 준비하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신파조가 아닌데도 이 글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동욱 기자는 언젠가 저에게 “팩트의 힘이지요”라며 겸손하게 말한 바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이동욱 기자는 ‘이승만 하와이 유배기’로서 ‘우리의 건국대통령은 이렇게 죽어갔다’는 기사문을 쓴 것 이외에도, 현대사의 주요 대목마다 깊숙하게 취재하며 진실을 캐냄으로써 역사적 사실을 복원해 온 ‘현대사 복원의 전문가’입니다. 그의 노력과 결과물들은 지식인들의 올바른 판단에 큰 기여를 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중 대략 기억나는 몇 건만을 소개한다면, 1968년의 ‘반공소년 이승복 사건의 진실’을 찾아 복원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있는가 하면, 13대 대통령선거가 부정선거라는 루머가 지금처럼 떠들썩할 때가 있었지요. 


그때도 그 어떤 기자도 이 문제를 취재한 바 없었지만 이동욱 기자만이 자유기고가의 신분으로 ‘음모론’을 끝까지 취재해서 월간조선 1994년 12월호에 실었습니다. ‘컴퓨터 부정선거설, 그 시작과 끝’이란 제목입니다. 1998년 조갑제 기자가 쓴 박정희 대통령 평전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의 책도 이동욱 기자와 공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집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에는 한국 언론 사상 유일하게 잠수 취재까지 해가며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실’을 찾아 역작 ‘연속변침’을 책으로 쓰기도 했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아는 한, 보수 진영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가장 많이 연구한 기자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이동욱 기자가 5·18 관련 조사를 하는 지난 4년 반 동안 보수와 진보 두 진영에서는 돌팔매질을 해대기 일쑤였습니다. 

그가 주도적으로 ‘5·18 광주 북한특수군 침투설’을 조사해 거짓임을 밝힌 덕분에, 보수 진영으로부터 무려 여섯 번이나 고소를 당하기도 했고, 진보 진영에서는 과거의 발언 하나를 꼬투리 삼아 30년 가까이 이동욱 기자에게 돌팔매질을 해 오는 중입니다. 그런 이동욱 기자가 가끔 힘들 때면 제 연구실을 찾아 와 하소연을 하다 돌아가곤 했습니다. 

심층 취재의 달인인 이동욱 기자는 힘들 때마다 자신도 모르는 질문을 하나 던지곤 갑니다. “왜 열심히 살면 살수록 더 가난해지고 돌팔매질을 당하는지요?” 이동욱 기자의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제 마음도 함께 아려오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제가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동욱 기자가 자문위원으로 저와 함께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동욱 기자에게 집행권한을 주었더니 누구도 시키지 않았던 전국에 산재한 역대 대통령 기념관들을 모두 발로 뛰며 취재하고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만들어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이사진들을 설득해서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3개월만에 해 낸 성과였습니다. 

돌아보면 이동욱 기자의 추진력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제 건강이 악화되는 바람에 그 이상의 전진을 하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언제나 정직한 길을 걸어가려 애쓰는 이동욱 기자는 제가 아는 한 참으로 패기 넘치고 용기 있는 기자입니다. 그런 친구도 벌써 65세가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대를 함께 달려 온 저의 동지이자 아끼는 후배인 이동욱 기자가 다시 한 번 혼신의 힘을 다해 써낸 ‘보수나 진보들도 몰랐던 건국 대통령의 삶과 죽음’ 별칭 ‘이승만 유배기’를 일독하실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